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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8 Vol 49


아르헨티나
23일(현지시간) 한인도 자주 찾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모 레스토랑. 저녁 11시 가까운 밤이지만 식당은 만원이다. (사진출처 손영식)

중남미 문화의 중심국 아르헨티나 동상만 팔아도 외채 다 갚는다?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뒤의 일이다. 한국 정부가 중남미에 최초로 한국문화원을 설치하기로 하면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간에 유치 경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라틴아메리카의 첫 한국문화원은 당연히 중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에 설치해야 한다"는 브라질 측의 주장에 아르헨티나는 "포르투갈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브라질의 문화적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중남미 스페인어권의 문화 중심국은 브라질이 아니라 아르헨티나"라는 논리로 맞섰다. 결과는 아르헨티나의 판정승. 그래서 2006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문을 연 게 바로 지금의 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이다.
문화원이 문을 열었을 때 초기의 명칭도 중남미 한국문화원이었다. 중남미 스페인어권에서 아르헨티나가 갖고 있는 문화적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왠지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분위기를 내뿜는다. 그림 같은 유럽풍 건물이 즐비하고, 곳곳에 동상이 세워져 있어 더욱 그런 것 같다. 세계 최고라는 모 전자회사의 시장조사를 할 때였다. 3일간의 분주한 일정을 마치고 잠시 짬을 내어 아르헨티나 대통령궁 주변을 돌아봤는데 누군가 감탄하듯 "여긴 남미가 아니라 유럽이네요. 문화재 같은 건축물이 정말 많군요"라고 했다. 이런 말도 들은 적도 있다. "동상만 팔아도 외채를 다 갚는다는 말이 농담만은 아닌 것 같네요"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한국의 비즈니스맨들이 종종 보이는 반응이다

오페라 극장이 서점으로

아르헨티나의 문화적 저력은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세계 3대 오페라극장 중 하나라는 콜론극장은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우뚝 서있다. 이제 지어진 지 100년 된 오페라극장을 내부만 살짝 손질해 서점으로 탈바꿈시킨 '엘아테네오'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다. 이 서점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3대 서점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K-팝의 중남미 거점 역할을 하는 국가도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에선 매년 중남미 K-팝 경연대회가 열린다. 올해로 9회를 맞은 대회엔 아르헨티나, 브라질, 콜롬비아, 페루,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 중남미 15개국에서 295개 팀, 871명이 참가했다. 대회가 열릴 때마다 열기도 뜨겁다. 중남미 K-팝 경연대회는 보통 코넥스 문화센터의 대극장에서 개최되는데 600여 석 규모다. 올해는 새벽부터 1000여 명이 대극장에 입장하려다 입장권을 얻지 못한 400여 명은 집으로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공짜로 즐기는 박물관의 밤

지난 10일이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선 '2018년 박물관의 밤' 행사가 열렸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박물관의 밤'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시가 주관하는 아르헨티나의 대표적 문화행사다. 행사에 참가하는 박물관과 문화센터 등은 저녁 8시부터 익일 새벽 3시까지 문을 열고 관람객을 받는다. "자정을 넘겨? 그렇게 늦게까지 박물관이 문을 연다고? 그 시간에 박물관을 둘러볼 사람들이 있어?"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독자도 있을 것 같아 잠시 여담을 해야겠다.
스페인의 문화적 영향을 크게 받은 아르헨티나엔 야행성 생활습관이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래선지 저녁 7시쯤 식당을 찾으면 빈 테이블이 많다. 8시도 저녁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다. 저녁 9시를 넘겨야 식당은 붐비기 시작한다. 이른바 '맛집'이라고 해도 테이블이 꽉 차 앉을 자리가 없는 시간은 보통 밤 10시 전후다. 국민 대부분이 이런 생활 패턴을 갖고 있다 보니 '박물관의 밤' 행사가 저녁 8시에 시작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늦은 시간 이동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매년 '박물관의 밤'이 열리는 날이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시내버스들은 무료로 운행된다. 물론 운수업체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가능한 일이다. 올해는 76개 버스회사가 요금을 받지 않고 버스를 밤샘 운행했다.

꿈같은 하룻밤

'박물관의 밤' 행사엔 부에노스 아이레스시와 근교의 박물관, 문화센터 등이 대거 참가한다. 올해도 280개 이상의 박물관과 문화센터가 밤을 지새우며 관람객을 맞았다. 입장료는 없다. 평소에 유료로 운영되는 박물관이나 문화센터도 이날 밤엔 모두 무료로 오픈된다. 관람객 정원에 제한이 있는 극장에서 열리는 연극이나 라이브공연 등을 제외하면 사전예약도 필요하지 않다.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에겐 그야말로 꿈같은 하룻밤인 셈이다.
이날 밤만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도시 전체가 마치 커다란 박물관이 된 듯한 분위기다. 노점에 가지런히 진열돼 있는 다양한 수공예품부터 이름 없는 예술가가 구슬땀을 흘리며 제작했을 법한 조각품에 이르기까지 길에도 구경거리가 풍성하다.
그런 도시에서 엄청난 인파 이동하며 다양한 예술품을 감상하고 문화행사에 참가하거나 작품을 관람한다. 올해는 연극과 라이브공연 등을 포함해 1000건이 넘는 문화행사가 열렸다. 국립도서관이 어린이들을 상대로 야외에서 진행하려던 문학캠프가 우천으로 취소된 아쉬웠지만 나머지 행사는 성황리에 개최됐다. 행사장마다 참가자와 관람객이 넘쳤다. 시가 집계한 올해 관람객은 최소한 100만 명이다.

도시 전역에서 문화축제 한마당

박물관, 연극, 공연 등을 관람하거나 문화행사에 참가하는 데 정해진 순서는 없다. 은은한 달빛을 조명 삼아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면서 한껏 문화를 즐기면 된다.
다만 부에노스 아이레스시가 권장하는 관람코스는 있다. 주로 인접한 동네를 묶어 코스를 짜는데 올해는 모두 5개의 코스가 소개됐다.
올해 볼거리가 가장 많은 코스는 필자의 동네가 포함된 1코스였다. 1코스에서 공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무료로 돌아볼 수 있는 박물관 등 행사장은 무려 119곳에 달했다. 1코스엔 올해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
주목할 대목이 있다. 세계 주요 도시가 그렇듯 부에노스 아이레스시에도 발전 정도에 따라 지역편차가 존재한다. 빈부의 차이도 적지 않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시에서 발전된 지역은 북부다. 경제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은 대개 북부에 몰려 있다. 시 남부는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 북부와 비교하면 남부엔 박물관 등 문화시설도 턱없이 적다. 그럼에도 '박물관의 행사'는 사실상 시 전역에서 열린다. 로드리게스 라레타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장은 "사실상 시 전역에서 행사를 열게 돼 소외된 지역이나 동네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화가 도시를 하나로 엮어내는 소중한 수단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민국가 고유의 문화적 다양성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매년 외국인유학생들을 위해 야외행사를 연다. 시에 따르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은 약 6만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외국인유학생의 수에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를 앞지른다는 데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외국인학생들이 이처럼 대거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몰리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문화적 풍요로움 때문이라고 한다. 이민국가 특유의 풍성한 문화는 아르헨티나의 또 다른 매력임에 분명하다.

경북pride상품 아르헨티나 해외시장 조사원
손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