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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de Global Bridge

GPPS Pride GyeongBuk

October 2018 Vol 47


차드
차드 남성들이 입는 전통적인 부부의 형태_출처 직접촬영

차드에 부는 ‘게츠너 부부’ 열풍

부부(Boubou)는 차드를 비롯한 사하라 사막 일대와 서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남성들이 일상적으로 입는 넓고 느슨한 형태의 전통 의복이다. 마치 빅사이즈 롱스커트를 연상하는 이 부부는 유목민들이 전통적으로 사하라 사막의 거센 모래 바람으로부터 모래는 차단하고 바람만 통하게 하여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입어 왔다. 형태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중동의 사막지역에서도 매우 유사한 형태의 남성 의복들이 관찰된다.
특히 차드인들은 이 부부를 캅타니(Kabtani) 또는 잘라비예(Djallabiya)라 부르며, 금요예배, 결혼식, 종교행사, 국경일 등의 특별한 날에 일종의 의례복으로도 착용한다. 이곳에서 부부의 착용은 품위를 표현하는 동시에 전통적으로 유목민이었던 차드인들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그들 간의 유대감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해 그 자체가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부부 문화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바로 세계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게츠너 텍스타일(Getzner Textile)사에서 나온 원단으로 만들어진 고급 부부가 젊은 차드 남성들의 ‘워너비’ 아이템으로 자리한 것이다. 게츠너 텍스타일은 오스트리아에서 1818년 설립되어 200년째 패브릭 패턴과 창조적인 직물을 생산해오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제일모직과 LG패션 등이 이미 자사제품에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그 퀄리티가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게츠너에서 생산되는 직물들은 보통 여성복보다는 남성복에 선호되는 것이 특징인데,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남성들 사이에서는 그 네임밸류가 매우 크다. 실제로 이 원단이 일부라도 사용된 경우 패션회사에서는 ‘Getzner Tag’을 완성된 옷에 함께 부착함으로써 상품 판매량을 상당 수준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차드에서 아직까지 부부와 같은 전통 의복들은 기성복으로 판매되지 않고 있고, 대신 자신이 선호하는 원단을 구매하여 재단사에게 맡기면 본인의 신체와 원하는 디자인에 맡게 만들어진다. 현재 차드에서 판매되는 게츠너 산 원단으로 부부 한 벌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최소 1,000,000FCFA (9,000 USD 이상)으로 차드 공무원들의 평균 급여가 500USD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비싼 수준이다. 그야말로 사치품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부부 한 벌 당 재단사에게 지급되는 금액이 250~500USD 정도이니 ‘게츠너 부부’ 한 벌을 소유하는 데에만 천만 원이 족히 드는 것으로 계산된다. 한편, 유럽에서 원단을 직접 구매할 경우 원단가격은 최대 800USD까지 저렴해진다. 차드인들이 게츠너 원단을 선호하는 까닭은 3-4년 가까이 사용해도 거의 변화가 없고, 촉감이 부드럽고 따뜻하며, 땀 흡수율이 높아 향수의 향을 그대로 보존한다는 점 때문이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이 게츠너 원단으로 만든 부부를 왜 갑자기 자신들 다른 이들과 구분 짓기 위한 수단으로 삼게 되었을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본래 부부는 차드인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물이자, 세대와 세대를 거듭해 전승되어온 문화인데 말이다. 이 현상과 관련하여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게츠너의 원단이 바로 ‘유럽산’이고, 오늘날 차드의 대다수 젊은이들에게 유럽에서 만들어진 모든 것은 ‘최고의’, ‘진보된’ 어떤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이다. 결혼식과 같은 전통 의례에서도 사람들이 여전히 부부를 입고 오는 것을 선호하는 것을 두고 차드인들은 아직까지 그들의 전통이 건실하다고 여겨왔지만, 최근에 열리는 결혼식은 마치 게츠너 부부를 입은 남성들의 경연장이 되어버린 듯하다. 한 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원단으로 만들어져 멋진 자수까지 놓인 부부를 입은 남성들은 다른 하객들로부터 존경받길 원하며, 의도적으로 게츠너 부부를 입은 다른 남성들과 그룹을 지어 다님으로써 평범한 부부를 입은 이들이 자신들에게 선망의 눈빛을 보내길 기대하는 눈치다.
아내를 맞이하기 위해 게츠너 부부를 입고 나타나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는 경우도 있다. 여느 사회들과 마찬가지로 차드에서도 남성의 재력은 남녀관계에서 가장 큰 권력이자 매력으로 작동하고, 더구나 차드에서는 아직까지 일부다처제가 관습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에 남성들의 이러한 구애 행위는 굉장히 실질적인 목적과 반응에 기반을 두고 있는 셈이다.
현재 차드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게츠너 부부의 형태들_출처 Bazin France Ouest Africa Style
물론 게츠너의 원단으로 만들어진 부부를 입을 수 있는 것은 차드의 상류층 자제들이다. 하지만 어떤 젊은이들은 이를 위한 형편이 충분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빚을 내어 게츠너 부부를 소유하고야 만다. 그 마저도 한 벌로는 부족하다. 3일 이상 지속되는 무슬림들의 종교 기념일에는 매일 새 옷을 입고 친지와 이웃들을 방문하는 것이 전통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두 벌 이상의 게츠너 부부는 필수적이다. 이들의 현실을 보면, 차드의 젊은이들이 현실과 맞지 않는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과오를 범하고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평범한 차드의 20-30대 남성들의 평균 소득 분포가 0-300 USD 사이에 불과하니 말이다. 이는 그 자신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부의 과시가 가장 비도덕적인 행위로 여겨져 온 차드 사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측면이다. 특히 게츠너 부부 따위가 ‘매력적인 남성’, ‘능력있는 남성’으로 여겨지기 위한 절대적인 조건처럼 여겨지고 있는 상황은 평생 게츠너 원단을 만져볼 수조차 없을 수도 있는 차드의 절대다수의 젊은이들로 하여금 심각한 무력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사업가들이 주목할 점은 젊은이들 사이에서의 게츠너 원단의 인기가 차드의 소비 시장에 획기적인 두 가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는 차드에서도 DHL 운송 서비스를 이용한 구매, 즉 택배 서비스를 이용한 원거리 구매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불과 5년 전만해도 DHL은 정부나 이용하던 회사였다. 즉, 최근까지 대부분의 차드인들은 DHL이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도 몰랐을 뿐더러 어떤 물건을 원거리에서 주문해서까지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게츠너 원단은 이 회사의 운송 서비스를 통해 전국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차드에서 물품이 이런 형태로 판매・유통된 것은 게츠너 원단이 첫 사례라고 하니 그 인기가 실감이 난다.
게츠너 원단이 차드에 일으키고 있는 두 번째 변화는 바로 인터넷 쇼핑이다. 물건을 집에서 구매한다는 개념은 이전에는 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구도 온라인 쇼핑몰을 신뢰하지 않았다. 하지만 게츠너 원단을 시작으로 화장품, 가구, 휴대폰, 의류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이는 차드의 유통과 소비의 구조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180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다. 소비자들도 물론 편의를 누리겠지만, 차드에서의 사업기회가 엄청나게 확장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온라인 소비시장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 상황에서 차드 현지 진출을 고려할 경우 매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아직은 이르지만, 이 두 가지 변화 속에서 차드인들이 소득과 소비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소비문화를 즐길 수 있기를 그리고 침체된 차드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경북pride상품 차드 해외시장 조사원
엄진아